Aug 6, 2017

불을 다스리는 방법


가끔 나 자신 조차도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내제된 화염이 있다
혀를 날름거리며 고개를 디미는 도마뱀같은 녀석
산소를 허겁지겁 삼키며 주변의 모든 사물을 달군다
불꽃을 만나면 공기는 팽창하고 물은 열을 내며
땅에서는 아지랑이가 오른다

한차례의 불바다가 지나가고 나면
스스로를 연소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다 소진해버린 나는
한 줌의 재가 된다. 그리고 그 잿더미 속에서는
불사조처럼 작은 불씨가 다시 타오른다

지칠 수 없는 불씨는 나를 끊임없이 갈증나게 한다
타오르는 마음의 언저리를 늘 식히고 있는 물의 역할은
때로는 미미하지만 나는 물처럼 흐르지 않고서야
존재할 수 없다

커다랗고 납작한 컵에 오늘 나의 마음을 부어본다
여름의 하늘을 비추어 보기 위해 나는 기꺼이 담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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