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3, 2015

savasana

가장 뜻밖의 상황에서
사바아사나 (savasana)를 경험하였다.
 
축 늘어진 팔과 다리
완벽히 이완된 뒷목
하늘을 향한 가슴
바닥으로 펼쳐진 등 근육
평온한 얼굴
 
숨이 끊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할아버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잡아드렸던 어젯밤 할아버지의 손은
아이의 손처럼 야들야들하고 부들부들했는데
혈액 순환이 멈춘
할아버지의 얼굴에서는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
 
살구빛을 띈 팔과 다리도
누런빛으로 변하였고
꼭 감긴 눈이었지만
눈꺼풀 바로 밑의 안구는
머리의 뒤쪽으로 편안히 안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숨이 멈추면 두피의 구멍이 늘어지면서
몸의 털들이 숭숭 빠져나올 줄 알았더니
몇분이 지나도 할아버지의 숱많은 눈썹은 계속 부리부리했다.
 
한편으로 몸뚱아리는 생기를 잃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몸뚱아리는 긴장을 풀은 듯 했다.
 
등 근육이 바닥에 양 날개를 펼치듯 가라앉자
가슴은 하늘을 향해 높이 오르는 듯 했다.

서서히 굳어가는 할아버지의 손과 발은
세상의 안 쪽이 아닌 바깥쪽을 향해있었다
 
29년 동안 늘 내 눈에는 다소 딱딱해 보였던 할아버지지만
뒤늦게 잡아본 할아버지의 손에서 내가 느낀
야들야들하고 부들부들함이 마음에 더 크게 기억 될 것 같다.
 
부디 편안히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