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23, 2014

해방..오예


네모진 사무실에서 8시간 근무하는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안도감과 해방감을 느끼는 동시에 허탈함과 불안감 또한 밀려온다.
 
네모난 세상에 나 또한 네모로 태어났으면서도 난 네모가 싫다.
몇년 전 대형마트에서 네모진 쇼핑카트를 끌고
허연 바닥과 천장과 복도를 누비고 다니고 있자니 
가슴 한쪽이 바늘로 쿡쿡 찔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나는 네모와 허연색이 내 안에 상당한 불쾌감을 일으킨다는 걸 알게되었다.

네모가 싫지만 솔직히 말해 무얼 어떻게 해야되는지 잘 모르겠다.
몇년 전 만해도 내 삶의 가치관이라는 건 갓 뽑은 국수처럼 탱탱하고 명료했는데,
대안학교 2년, 공공기관 4개월 (꼴랑 ㅋ) 을 거치며 나름의 사회생활을 맛본 현재의
나는 눈 앞이 흐리다. 고맙게도 주위에서는 다들 원래 그런거니 괜찮다고 말해준다.
보편적인 고민은 늘 괜찮은 것 같다.

아무래도 그만둔 경험이 있어서 그런가?
대안학교 때보다는 더 능청스럽게 이번직장을 그만둔다고 했다.
대안학교를 그만둘 때는 아쉬움과 미안함에 내 마음이 몇달동안
폭풍을 만난 파도처럼 출렁였지만 솔직히 이번은 감흥이 없다.
네모진 컴퓨터 앞에서 너무나 길게 느껴진 몇달간의 멍때림에 오감이 무뎌진걸까.

나는 자유를 원하고 내 자유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자유를 얻기위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이상을 현실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라는 말을 얼마전에 우연히 읽었다. 무언가를 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자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소비와 자본의 세상에서 선택의 '자유'를 보장받겠다는 건 환상일지 모른다.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이상을 현실화 하기 위해 땀흘리며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상적 삶 - 삶의 자유와 거기에 따른 책임이 동반되는 삶 - 에 대한 다른시각일지도... 

내가 이번직장을 그만둔다고 해서 자유를 얻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하고싶지 않은 것에 소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할 뿐이다. 
네모난 컴퓨터와 네모난 서류랑은 작별이다.
내가 일하는 건물의 직사각형 타일과 허연색 천장과도 작별이다.

나는 세상을 네모와 동그라미로 구분짓는다.
동그라미가 아닌건 네모, 네모는 싫어, 싫으니까 그만두고...
나는 실상 존재하지도 않는 동그라미를 꿈꾸며 한번 더 네모를 거부한다. 
왜 네모에는 모서리가 네개나 되는거지?

물론 네모를 거부했다고 하지만 네모에서 자유로워지지는 않는다.
나는 다른형태의 네모들로 내 삶을 또 꾸려나가야 한다.
하지만 다른점이 있다면 네모가 작아졌다는 거다.
작아진 네모는 나에게 곡선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곡선이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 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울림이 하나의 떨림이 되고
그 파동은 내가 꿈꾸는 동그라미가 되지 않을까...   

Dec 12, 2014

Gandhi School

생각만해도 기분좋은 간디
보고싶은 공간
그리운 사람들이 사는 곳
과거로의 여행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친구의 지혜로운 말 한마디
-- 자신이 어디에서 온 줄 알지못하면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 갈 수도 없어 --
간디에서 보낸 2년은 여전히 내 허리춤 밑에 든든하게 자리잡고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꿈을 꿔볼 수 있는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