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8, 2016

광화문 양평 해장국


80년대 목청껏 자신의 신념을 외쳤다는 청년들을
2016년에 만나니 나는 다소 공손해 질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어제 저녁 준비해간 곡들은 째즈에다가 외국 포크송이었는데
낯설 수도 있는 선율들에 80년대 운동권 청년들은 
마음을 활짝 열고 따뜻한 호응을 해주셨다. ㅋ
사실 외국노래밖에 못하는 나의 음악이 내심 죄송하였으나
'외국'이라는 꼬리표에 늘 과하게 신경쓰는 내 자격지심도
어제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가 너무 급한 변화를 혹독히 견뎌온 탓일까 -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이 없는 80년대를 겪은 어른들은
'우리 사회의 운동성이 퇴색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시지만
나는 사람의 본질이 그렇듯 사회의 '성격'이란 것도
그리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도 생각해본다.
2016년에 만난 80년대의 청년들에게서 내가 받은 느낌은
괴리감이 아니라 연대에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그냥 작은 무대라서 좋았다고 하기엔 좀 설명이 모자란 데가 있다.
어떤 분이 '동지'라는 노래를 불렀을 땐
오랫만에 케첩이 뿌려진 계란말이를 먹는 느낌이 들었다.
초등학교때 자주하던 케첩+계란 밥에 비벼먹기.
노스탈지아.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시절이지만
그립다는 느낌에는 공감할 수 있었다.
'얼굴을 찌푸리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