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7, 2014

체함


통장에 그저께 첫 월급이 찍혔다. 나에게는 너무 과분한 액수가 아닐까?
소비하며 살기에는 빠듯한 액수. 축척하며 살기에는 과분한,
필요한 것만 사기에는 넘치는, 나중을 대비해 쟁여놓기에는 부족한...
어찌되었든 삶의 풍료로움의 기준을 ‘필요충족’에 둔다면,
역시 너무 과분한 액수가 아닐까?
   

내가 내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돈 (한달기준) 은 얼마쯤 되는지 계산해 보았다.
 월세방 - 32만원
 교통비 - 20만원
 식비 - 10만원
 아프리카 춤 및 발라폰 - 18만원
 군것질 및 친구만나면 쓰는 돈 - 8만원
총 88만원. 나는 하루에 8시간씩 하는 노동의 댓가로 나는 내게 필요한 돈보다 조금 더 받고 있다

반쪽이 잘린 청바지로 만든 천가방을 둘러메고 제주도에 갔다.
우도의 변두리를 자전거로 한바퀴 둘러보았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생태적인 속도로, 엉금엉금 질주했다.
우도의 바람이 마음에 쌓인 먼지를 불어내고 나니 나의 속내가 드러났다.
나의 속내 - 다들있는 뻔한 속내와 비슷한...
여유를 갈망하는 강열함은 여드름으로 내 이마에 돌출되었다.  
우도의 태양 아래 이마가 후끈 달아오른걸 느끼며 나는 궁금해진다.
체한 속은 언제쯤 내려가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