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0, 2013

김지하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
 
 
 
 

2012.4월.간디학교 주를 여는시간

왜 난 한국에 왔을까?
 
 
미국 수돗물 맛에 적응이 안되서
메마른 나의 뿌리에 물을 주려고
어울려 살고 싶어서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
'신명'을 배우기 위해서
한국 사람의 넋두리를 듣기 위해서
나는 너무 한국적이라서
 
뱀처럼 늘어진 화성성벽의 동선을 잊지 못해서
 
남자를 떠받드는 한국 풍습에 반항하기 위해서
노인을 모시는 풍습이 숭고하다고 느껴져서
 
내가 좋아하는 떡이랑 고구마랑 배를 실컷 먹으려고
엄마한테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싶어서
막걸리 한잔에 트이는 구수한 이야기를 들으러
한국아줌마들의 사회혁명에 가담하려고
나는 주책바가지가 되려고
앞에서보다는 뒤에서 걷고 싶어서
혼자보다는 함께 전진하고 싶어서
 
미국사회의 자유가 너무 헐렁하게 느껴져서
화려한 것을 기피하기 위해서
촌스럽게 살고 싶어서
 
내가 중심이 되는 세상을 거부하기 위해서
큰 평화보다는 작은 평화를 실천하고 싶어서
 
나의 이미지를 버리기 위해서
 
된장처럼 발효되고 싶어서
삶은 평범하니까
혼자 사는 삶은 평범하지만 더불어사는 삶은 특별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