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6, 2014

지평선 /김혜순

지평선 /김혜순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내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 낮과 검은 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Jul 5, 2014

필리핀 사람들

<성스러운 마음>

가슴에 손을 모으고 성호를 긋는다. 매일 아침 신에게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을 달라고 간구한다. 나의 간절한 기도는 어느새부터인가 머나먼 미래에 나만을 위해 신께서 준비했을지 모르는 막연한 희망에 대한 갈구를 충족시켜주는 의식으로 대체된다. 어제와 오늘 내가 마주하는 가난과 배고픔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닐 것이다. 대물림 되는 빈곤의 불평등함을 신께서는 지켜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사회의 권위와 힘에 대한 저항은 더 큰 억압과 폭력을 일으킬 뿐 현실에서는 어떤 어려움도 실질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 비록 내가 하루 벌어 하루먹을 처지라 할지라도 나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떳떳한 양심이 있다. 불변의 진리에 대한 믿음과 이웃을 도우려는 선한마음을 오늘 하루도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살아있음에 대한 신의 손길을 부인할 까닭이 없지 않은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은 신의 의지이고 축복임에 나는 오늘도 가슴에 손을 모으고 성호를 긋는다. 오늘 하루도 내 가족과 이웃에게 선함을 베풀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