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l 26, 2014

지평선 /김혜순

지평선 /김혜순


  누가 쪼개놓았나
  저 지평선
  하늘과 땅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로 핏물이 번져나오는 저녁

  누가 쪼개놓았나
  윗눈꺼풀과 아랫눈꺼풀 사이
  바깥의 광활과 안의 광활로 내 몸이 갈라진 흔적
  그 사이에서 눈물이 솟구치는 저녁

  상처만이 상처와 서로 스밀 수 있는가
  내가 두 눈을 뜨자 닥쳐오는 저 노을
  상처와 상처가 맞닿아
  하염없이 붉은 물이 흐르고
  당신이란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히네

  누가 쪼개놓았나
  흰 낮과 검은 밤
  낮이면 그녀는 매가 되고
  밤이 오면 그가 늑대가 되는
  그 사이로 칼날처럼 스쳐 지나는
  우리 만남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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