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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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의 콧속을 기분나쁘게 자극하는 찌린내조차 숨기지 않은 채,
그 곳은 그저 그렇게 아무런 꾸밈없이 공주님을 맞이하였다.

산 송장처럼 공주님을 쳐다보던 넋 나간 표정,       
허공을 쩌억가르던 불쾌한 가래섞인 신음소리,
살갗이 다 까져버린 앙상한 궁둥이짝,
음침하고도 생기없는 핏기가 가신 얼굴,
이 모든것들은 꿈에서조차 악몽이 되어 공주님뒤를 좇아온다.

한밤중에 깬 공주님은 자신에게 - 아니면 그녀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그 누구에게든 - 묻는다.

 '인간이 인간이 되는 기준이 무엇이었던지요?'

문득 공주님의 머릿속으로 한 병자가 수줍게 건네오던 희미한 미소가 스친다. 그 미소에 얼어버리던 자기자신, 그리고 그 미소에 더 밝은 미소로 화답하던 자기 옆의 사나이를 회상하며 공주님은 알수없는 수치심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진정한 인간미(人間美)를 이해하기엔 턱없이도 덕(德)이 부족한 공주님은 아름다움을 보고도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기가 두려운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 이해가 될 수 없는것들. 이해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들. 투성속에서 공주님은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200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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