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9, 2013

인도 2013

기억의 매력은 서구의 "앞을 향해 흐르는 시간"을 거스르는다는데 있다
5년만에 들어마시는 인도의 먼지투성의 공기는 
가슴촉촉하던 그 때의 나의 감성을 고스란히 불러온다
웃던 날보다 울던 날이 더 많았던 시절
인도는 그 때 나를 말없이 보듬어 주었다

인도의 매력은 부드러움에 있다
손가락 끝으로 조물조물 거려야 제맛이 나는 달(dhal)만 먹어도 이해할 수 있을거다
밥이랑 잘 섞어서 동그랗게 만든 뒤 입으로 쏙
집어넣는게 바로 남쪽의 스타일이란다
케랄라에서는 흔하게 봤지만 푸네에서는 나이프와 포크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다
 
음악만 들어도, 음색에서도
인도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하나의 음이 다른 음으로의 이어지는 "불투명함"은 상대방에 대한 관용이 아닐까 

어딘가 성숙함이 느껴지는 나라
수많은 관광객들과 외국인들에게 그래왔듯
인도는 나에게도 밀려오는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번잡하기 그지없는 숱한 상점들을 지나며 
미로같은 골목들 속에서 길 잃는 것에 맛을 들인다

노상방뇨하는 릭샤아저씨 등을 곁눈질하다 
길 한구석에 마련된 가네쉬 신전 앞에서 잠시 숨을 돌려본다

무턱대고 질주하는 오토바이들 사이를 비집으면서
어느새 길을 다 건너버린 나는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다  

단 것을 좋아하는 인도사람들
5년전 인도에서 만난 아니타가 문득 생각난다
채식은 견딜 수 없다며 고픈 배를 설탕 덩어리인 인도 과자들로 채우더니
어느날 당뇨를 판정받아 프랑스도 돌아갔다
원래 잠복중이던 당뇨가 설탕과다섭취로 인해 급격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았다
 
인도의 신들도 입이 달달할까?  
인도사람들은 신들에게 향과 과일을 주로 바치지만 디저트도 바친다
그러고보니 몇년전 엄마따라 간 수원 동네에 있던 절의 부처는
엄마 손 파이, 칸쵸랑 커스터드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신들은 단 걸 좋아하나 보다

인도는 나에게 이번에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마음은 무엇을 감지하고 있나
세포들은 무엇에 반응하고 있나
의식은 무엇을 깨닫고 있나

나의 무의식은 무엇을 찾아 인도에 왔을까 ?
아사나를 수행하며 내 자신에게 묻는다

부드러움을 어떻게 삶에서 실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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