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8, 2011

알바 (working at snack shop)




난 작년부터 학교 매점에서 알바를 해오는 중이다.

피자만들기, 주문용 샌드위치 만들기, 샐러드만들기, 토마토 썰기, 오이썰기같은 재미있는 일들을 하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칼 솜씨가 꽤나 익어서 일하기가 훠얼씬 수월하다.

근데 1년이 지나도 나에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일이 한가지 있다.

바로 영안실에 가는 일이다.
우리 매점 뒤쪽 구석에는 쇠로 만들어진 비밀의 영안실이 있다. 적어도 영하 20몇도는 족히 될것처럼 추운데, 내가 하는 일이란 영안실에 잠입해 시체 도막들을 은밀히 꺼내 오는 것이다.

그리고 난 그 도막들을 분류한다. 다리는 다리대로, 가슴살은 가슴살대로, 날개는 날개대로, 손가락은 손가락대로 따로 비닐봉지에 싸서 더 작은 영안실에 잽싸게 쑤셔넣는다.

그러다 주문이 들어오면, 난 영안실을 열고 재빨리 해당 시체도막을 끌어내 기름속에 첨벙하고 담궈야 한다.

바로 고문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이 고문은 어찌나 혹독한지 단 3분밖에 안되지만 고문이 끝난 시체도막들은 이미 틀림없이 죽었음에도 온 몸에 종기가 가득해져서 나오는 것이다.

물론 우리학교 학생들은 그 종기가 클수록 환호한다.

하지만 정작 부엌에 있는 난 그 고문을 행할 때마다 언제나 소름이 돋는다. 그 시체 도막들이 비명을 마구 질러대기 때문이다.  

이미 죽었지만 그 순간만은 다시 살아나는건지 아니면 단순한 나의 환청인건지, 양쪽 손에서는 식은땀이 솟는다.

하지만 어쩌랴, 돈을 위해서 나는 결국 영안실 가기도,
빌어먹을 고문집행자가 되기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2006.10.20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