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8, 2011

그림자 (shadow)


 가장 강렬한 빛 줄기 속에서 가장 강한 어둠을 뿜어내는,
햇빛과 어둠을 동시에 사랑하는 그를 난 이해할 수 없다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그는 어떤 표정과도 대화하지 않는다
어떤 꾸밈에도 반응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그저 까만 베일로 대신할 뿐이다

그의 한결같은 까만 색은 세상의 떠들썩한 오두방정을 비웃기라도 하는 걸까

그림자 세상에서는
아이도 어른도  뚱뚱이도 홀쭉도 키다리도 난쟁이도 남자도 여자도
모두가 같아진다

보란 듯이 형상을 늘였다가 줄였다가 하는 그의 거침없는 유머는 세상의 심각함을 비웃기라도 하는걸까

모든 걸 까만 베일로 덮어버리는 그는
세상의 진실과만 대화한다.

그의 유머가 배꼽잡게 웃기는 날이 온다면 -
그는 더이상 까만색이 아닐지도 .

200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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