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11, 2016

늘 그런걸까

늘 그런걸까

일이라는 건 - 한 곳에 눈보라치듯 몰려와
방 한 구석탱이에 산더미처럼 높이 쌓여가고
일 할 사람들은 자기순서만을 기다리며 끝도 없이 줄을 서 있고
모두 "나는 할 수 있다"라는 만트라를 외우며 줄을 서는데 최선을 다하고
줄을 '똑바로 서야' '지그재그로 서야' '대각선으로 서야' 되는지
연구하는 새로운 샛줄이 생기니 사람들은 좀 더 짧은 줄일까 해서 줄을 바꿔타고
줄도 애초부터 안섰는데 "빽"있는 이들은
당근과 채찍으로 줄을 '바르게' 세우고
그나마 운이 좋으면 오롯이 앞사람의 뒤통수만 바라보며
줄서기를 못한 이들을 동정하기.
상대적 안도감이 행복에 대한 착각으로 둔갑?  

Dec 23, 2015

savasana

가장 뜻밖의 상황에서
사바아사나 (savasana)를 경험하였다.
 
축 늘어진 팔과 다리
완벽히 이완된 뒷목
하늘을 향한 가슴
바닥으로 펼쳐진 등 근육
평온한 얼굴
 
숨이 끊긴다는 것은 생각보다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이었다.
 
할아버지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가 잡아드렸던 어젯밤 할아버지의 손은
아이의 손처럼 야들야들하고 부들부들했는데
혈액 순환이 멈춘
할아버지의 얼굴에서는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
 
살구빛을 띈 팔과 다리도
누런빛으로 변하였고
꼭 감긴 눈이었지만
눈꺼풀 바로 밑의 안구는
머리의 뒤쪽으로 편안히 안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숨이 멈추면 두피의 구멍이 늘어지면서
몸의 털들이 숭숭 빠져나올 줄 알았더니
몇분이 지나도 할아버지의 숱많은 눈썹은 계속 부리부리했다.
 
한편으로 몸뚱아리는 생기를 잃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몸뚱아리는 긴장을 풀은 듯 했다.
 
등 근육이 바닥에 양 날개를 펼치듯 가라앉자
가슴은 하늘을 향해 높이 오르는 듯 했다.

서서히 굳어가는 할아버지의 손과 발은
세상의 안 쪽이 아닌 바깥쪽을 향해있었다
 
29년 동안 늘 내 눈에는 다소 딱딱해 보였던 할아버지지만
뒤늦게 잡아본 할아버지의 손에서 내가 느낀
야들야들하고 부들부들함이 마음에 더 크게 기억 될 것 같다.
 
부디 편안히 가시길... 

Oct 29, 2015

플룻 찾아 삼만리 ~?



주인 잘못만난 플룻.
일주일 새 두번이나 잃어버렸다

아파트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신나게 수다 떨며 맞장구 치다
앉았다 일어섰다
30분 후 여전히
전화기를 손에 쥔 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플룻은 벤치에 내버려 둔 채
집으로 들어와버렸다

어쩐지 잠이 유난히 오지 않더라
이른 새벽 빗소리에 깬 나는 허둥지둥 아파트 벤치로 뛰쳐내려갔다 ...
아침 6시 내 플룻은 밤새 내린 물을 은빛몸통에 가득 머금고 날 맞아주었다.

"아이고 미안해 플룻아, 내가 왜 널 두고 갔을까."
몇번을 사과했는지 모른다..

..한지 일주일도 안돼서
어제 저녁엔 농협 ATM 기계위에 두고왔다.

-0-.... 이럴수가.. !
실망스러운 내 자신을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그 다음날 다시 가본 같은 자리에는
<악기 분실 하신분 문의하세요>라고 쓴 쪽지가 붙어있었다.

알고보니 어떤 분이
오늘 손수 근처 농협에 갖다주셨단다.
이렇게 난 일주일 안에
두번이나 잃어버렸던 플룻을 다시 찾게 되었다.

다 - 행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