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 반쪽을 오물거리며 복남이는 비장한 각오를 내뱉는다
'나넌 후제 어런이 되면 죽어도 농새 안 질껴'
'나가 기어코 불쌍한 우라부지 원 풀어디질껴'
하지만 옆에 앉아있는 옥자에게
개떡을 자신의 몫보다 더 큼직하게
뚝 떼어 주는 모습에서는 정작 비장함 보다는 수줍음이 묻어난다.
고여오는 침을 꿀떡 삼키며 옥자는
복남이가 건네주는 개떡 반쪽을
다시 반을 갈라 '더 묵어라' 라며 복남이에게 도로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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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야 할 정도 많고 풀어야 할 원도 많은
가슴 속에 못다한 이야기가 항상 메어있는 한국사람.
가난에서 시작된 설움이라는 씨앗은
우리의 마음 한 켠에서 깊은 뿌리박혀 묵어온지 오래다.
동시에 그 똑같은 씨앗은 개떡 하나도 반으로 갈라먹을 줄 아는
가슴찡한 씀씀이도 함께 한국인의 마음에 박아주었다.
'정'이라는게 이런건가.
한국에 온지 어연 1년이 다 되었다.
태백산맥을 읽으며 문득 스쳐가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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